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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강백일장 차상/ 강물이 되어서 (강은총)

  • 강은총
  • 2018-10-23 22:4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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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고 싶다. 이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은 중학생이 된지 막 얼마되지 않았을 때였다. 나는 그림에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자습시간에 친구가 그렸던 그림을 보고 묘한 자극을 받아 그림을 그렸던 것이 발단이었다.

처음에는 무작정 따라 그리는 것부터 했다. 인터넷에서 마음에 들거나 멋있어 보이는 그림이 보이면 그것을 공책에 따라 그렸다. 지금 그 그림을 보면 죄다 선이 비툴비툴하고 이상하지만 당시에는 그것을 그리고 만족해 했었다.

초반에는 그렇게 따라 그리는 것만 했지만 후에는 내가 도저히 따라 그릴 수 없는 그림, 보기만 해도 '와' 소리가 절로 나오는 그림을 보며 나는 본격적으로 제대로 된 그림을 그리고 싶어졌다.

나는 제대로 된 도구를 갖추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미술시간에는 언제나 최선을 다했고 학교 포스터 그리기 같은 것이 있으면 언제나 참여했다. 하지만 역시 따로 학원 같은 것을 다니지 않으니 그림을 그리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다.

나에게 특별히 그림의 재능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부모님에게도 들었고 친구들에게도 종종 들었다. 그래도 나는 그림이 그리고 싶었기에 동아리를 만들어 늦게까지 학교에서 그림을 그렸다. 물론 언제나 순탄하게 그림이 그려졌던 것은 아니다. 학교 포스터를 그리다 망쳐 다시 그렸던 적도 빈번했고 내가 원하는 느낌이 나오지 않아 그리던 것을 찢어버리고 다시 그릴때도 많았다. 그러다보니 나에게는 그림을 그리기 전 '망치면 어떡하지' 하고 고민부터 하는 이상한 버릇이 생겼고 언제부터인가 그림을 그리는 것에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막힘없이 흐르는 강을 볼 때면 '나도 이래야 하는데.......' 하고 부럽다는 생각이 앞선다. 망쳐도 괜찮아 하고 생각하면서도 금새 주눅이 들어 계속 머뭇거리는 내가 강처럼 부드럽고 강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어떤 장애물도 피해 쭉쭉 나아갈 수만 있다면, 하고 말이다.

나도 이러한 내가 답답하다. 나는 나아가고 싶고 더 잘 그리고 싶다. 하지만 지금 내 마음은 고여버린 물만 같아서 모기와 날파리 같은 불신들이 머리속을 헤집고 다니고, 나 스스로도 스스로에게서 나는 악취에 질려버렸다.

나는 강물이고 싶다. 아니, 강물이 되어야 한다. 아직 더 많은 장애물이 있을 것이고 아직 더 많은 고민을 해봐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 많은 사람들과 같이 흐르고 또 나아가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조차 없을 만큼 고교 생활은 빠르게 지나갈 것이다.

더는 머뭇거려서는 안된다. 머뭇거리는 사이에 나는 또 다시 고여버릴 것이다. 나는 강물이 될 것이다. 뒤돌아보지 않고 빠르게 흐를 것이다. 큰 돌을 만나도 부드럽게 흘러 지나갈 것이다. 그렇게 쉴 새 없이 흐르다 보면 언젠가는 내가 목표로 하는 경지까지 훌쩍 뛰어넘어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은 아직도 고민이 앞서고 한심하리만큼 머뭇거리지만, 내가 후에 강물처럼 강하고, 더 넓은 세상으로 흐를 것이라는 것을 믿기 때문에 힘차고 굳게 흐르는 강물을 볼 때마다 가슴이 벅차오른다.

나는 강물이 좋다. 동경하고 있다고 말해도 될 지 모른다. 그러나 그 동경은 거침없는 강물의 모습 그 자체에서 우러 나오는 것이 아닌 앞으로 꿈을 향하여 거침없이 달려나갈 미래의 나의 모습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아닐까 하고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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